진성으로 3옥타브 뚫어버리는 강력한 보컬 윤도현(中)

진성으로 3옥타브 뚫어버리는 강력한 보컬 윤도현(中)

[매경프리미엄 홍장원 기자]

[스쿨오브락-100] 지난번 글에서 가수 윤도현의 초기 시절에 대해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윤도현밴드(YB)로 재탄생한 그의 두 번째 앨범부터 다룬다. 이 앨범은 윤도현 입장에서 음악적 색깔을 달리 시작하는 이정표적인 작품이었다. 1집 당시 포크 느낌이 강했던 그의 색깔은 완연히 하드록 쪽으로 옮겨간다. 1집에서도 볼 수 있었던 맛깔나는 발라드를 뽑아내는 능력은 더 향상됐다. 세션을 해주던 멤버들과 함께 밴드를 꾸리면서 음악은 더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진화했으며 앨범의 완성도도 더 높아져갔다.

이전 글에서 지금은 YB로 불리지만 밴드 초창기에는 윤도현밴드라 불렸다고 서술한 바 있다. 초창기에는 가수 윤도현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밴드 형태가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밴드 이름도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윤도현밴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약자인 YB로 압축한 것은 ‘약어’가 주는 효용성도 고려됐을 테지만 그보다는 의도적으로 밴드 이름에서 윤도현을 빼려는 마음가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윤도현은 YB 공연 당시 관객석에서 윤도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리면 일부러 이를 YB로 바꿔 부르게 할 만큼 밴드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이는 과거 신해철이 속해 있던 그룹 넥스트(N.EX.T) 때도 비슷했다. 신해철은 넥스트가 신해철을 보좌하는 백밴드 역할에 머물기를 원치 않았다. 그 역시도 넥스트 결성 초기 객석에서 신해철을 부르는 합창이 나오면 넥스트로 바꿔 불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밴드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윤도현의 보컬은 더 빛이 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된다. 포크록 외피를 입고 활동할 때 볼 수 없었던 거센 샤우팅이 하드록으로 활동할 때는 나오기 시작했다. 윤도현의 성대 역시 연구 대상으로 올릴 만할 정도로 진귀한 것이다. 고음으로 올라가도 성대접촉률이 떨어지지 않아 진한 음색을 내는 대표적인 가수로 김범수를 들 수 있다. ‘발성의 교과서’ ‘가수의 가수’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늘 혼신을 다해 부르는 것같이 들리고 그러면서도 음정이 조금도 플랫되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과시한다. 고음에서 비슷한 발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가수 한 명을 더 꼽으라면 윤도현이다. 윤도현의 말할 때 목소리를 들으면 일반 남성보다 약간은 높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탁월한 고음 역량 중 일부분은 타고난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도현을 아는 누구나가 공감하듯이 그는 고음만 특화된 보컬이 전혀 아니다. 윤도현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말할 때 내는 목소리로 매우 다양한 음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비슷하게 저음부터 고음까지를 같은 음색으로 소화하는 보컬 중 임창정이 있다).

윤도현의 가창력은 그가 부른 노래를 살펴보면 느낄 수 있다. 윤도현의 히트곡 중 하나인 ‘너를 보내고’는 최고음이 ‘2옥타브 솔’ 정도로 무난한 수준이다. 역시 그의 대표곡인 ‘사랑TWO’ 역시 최고음이 ‘2옥타브 솔’이다. 일반 남성도 악을 좀 쓰면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음역이다. 윤도현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으면 ‘2옥타브 솔’ 위에 한두 개의 음표가 그의 한계음인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면 윤도현 입장에서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음역의 노래를 부를 때도 최선을 다해 목에 힘을 줘야 목소리가 올라갈 것처럼 부르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여자 가수가 남자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고 가정해보자(다소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겠으나) 음역이 너무 낮은 노래를 부르면 당최 노래의 맛이 살질 않는다.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심기일전에 최선을 다해서 불러내는 모습을 보고 들어야 감정이입이 되는데, 노래를 너무 쉽게 불러버리면 애절한 맛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윤도현 입장에서 쉽게 작곡된 노래를 부를 때조차 그는 고음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듯한 효과를 내며 노래를 마무리한다. 이는 생각보다 절대 쉬운 기술이 아니다. 그의 성대접촉률이 음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균질하게 유지되고, 노래 전반에서 힘을 안분하며 불러내는 재주가 더해져야 나올 수 있는 효과다.

그의 노래 중 ‘잊을게’ ‘사랑했나봐’를 들으면 그의 강력한 벨팅 고음을 느낄 수 있다. ‘잊을게’의 최고음은 ‘2옥타브 시’, ‘사랑했나봐’의 최고음은 ‘2옥타브 라’다. 이 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윤도현의 능력은 마치 ‘로니 제임스 디오’처럼 파사지오 구간을 돌파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중고음이다. ‘자동차 변속’으로 비유할 수 있는 파사지오 구간은 노래를 꽤 하는 남자들이 2옥타브 후반 음역대의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하는 가장 큰 장벽이 된다. 저음이나 중음대에서 중성이나 흉성으로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2옥타브 후반을 넘어가는 구간에서 같은 발성으로 가창을 이어갈 수는 없다. 이는 1단 기어로 시속 100㎞를 내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부하를 견디지 못한 성대가 삑사리를 낸다. 그러기 전에 노래 중간 어느 시점에서 기어를 적당히 바꿔놓고 고음을 부르기 쉬운 구조로 성대를 준비시켜야 한다.

근데 가장 애매한 것이 노래가 2옥타브 초반에서 후반까지 쉼없이 오르내릴 때다. 이때는 쉽게 말해 고음성대로 불러야 할지 저음성대로 불러야 할지 애매해지게 된다. 음표가 빼곡하게 찍혀있으면 음표를 따라가며 성구전환을 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근데 윤도현은 이 구간을 변속 충격 전혀 없이 고유의 질감으로 그대로 돌파해버린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윤민수와 함께했던 ‘호랑나비’, UV와 함께 부른 ‘그 여자랑 살래요’ 등의 노래를 들으면 윤도현의 고음 품질을 느낄 수 있다. 3옥타브 초·중반대의 초고음을 질러대는 윤도현의 샤우팅이 담겨 있다. 앞서 윤도현의 보컬이 ‘벨팅’에 기반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냥 벨팅도 아니고 초명품 벨팅이다. 3옥타브 이상의 초고음에서도 윤도현 고유의 목소리 ‘알맹이’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는 초고음에서도 여전히 짱짱한 성대접촉을 통해 진성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발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윤도현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식으로 진성 발성을 단련시킨 덕분에 노래를 연창해도 쉽게 피로하지 않는 성대의 내구성을 가지게 됐다. 윤도현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노래를 그만의 스타일로 완창해 감동을 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보컬이다. 이런 보컬들은 다른 가수 노래를 부를 때 원곡자가 생각나게 하지 않게 하는 ‘남의 노래 뺏기’ 스킬을 자랑하곤 한다(성대접촉이 좋은 김범수 역시 이런 능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윤도현과 YB가 지금은 엄청난 스타가 됐지만 이는 2000년대 초부터의 일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여전히 찬밥을 먹으며 고생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YB의 결성과 해체, 재결성과 관련된 스토리와 YB 각 앨범에 담긴 의미 있는 노래를 하나씩 꺼내보고자 한다.

[홍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