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1월 [트래블러뉴스] 발행인이 만난 길 위의 여행자들 ‘가수 윤도현과 YB밴드’
[트래블러뉴스] 발행인이 만난 길 위의 여행자들
‘가수 윤도현과 YB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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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에게 음악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자, 삶의 여정이고, 존재의 이유다. 멕시코, 쿠바 등 지금껏 가보지 못한 미지의 하늘 아래서 열정적인 무대를 꿈꾸는 YB를 보며 10집 앨범 곡 중 ‘생일’에 등장하는 소년을 떠올린다. 그리고 가사를 되뇐다. “소년아 오늘이 너의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세상 끝에 서 있어도 꿈꿀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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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산중 자연인으로 살며 6년 만에 10집 정규 앨범 펴내
늘 TV화면 속에서만 보던 윤도현을 실제로 만난 곳은 상암동 시민공원이었다. 10월 초, YB밴드의 10집 앨범(TWILIGHT STATE)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그는 사방이 툭 터져 있는 그곳의 야외공연장을 택했다. 한낮의 햇볕이 아직은 따사로왔던 오후, 빨간 재킷을 입고 무대에 선 그는 뜻밖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새로운 곡들을 만들면서 두 달 동안 스스로 유폐된 생활을 했다. 양평 서종면 부근 명달리라는 곳에 숙소(컨테이너하우스 두 동)를 정해놓고 혼자 숙식을 해결하며 모든 시간을 오롯이 음악에만 투자했다.”
여행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면, 비록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을 터. 화려한 무대를 버리고 스스로 들어간 그의 유배생활이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윤도현과의 인터뷰는 그로부터 한 달 뒤에나 이뤄졌다. 11월 말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데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으로 숨 돌릴 틈이 없었던 탓이다.
11월 둘째 주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그는 언제나처럼 옆으로 살짝 넘어간 갈기머리를 하고 선을 지키는 삐딱함(?)을 장작한 채 나와 눈을 맞췄다. 그의 옆에 YB의 다른 멤버들- 박태희(베이스), 허준(기타&프로그래밍), 김진원(드럼), 스캇 할로웰(기타&프로그래밍)이 자리잡았던 덕분에 더 입체적인 인터뷰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림 끝에 찾아온 행운이었고.
나의 첫 질문은 당연히 그 두 달간의 일탈이었다. 곡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늘 혼자 떨어져 지내야 하나?
“이전에는 곡의 아웃라인만 잡아놓고 멤버들과 상의하며 곡을 만들어갔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 압박이 좀 있었어요. 9집 앨범을 낸 지도 꽤 시간이 지났고 각종 방송 출연 등으로 작곡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으니까요. 이참에 홀로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산으로 들어간 거죠.”
음악을 하는 그가 빈 손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었을 터. 각종 악기(키보드,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와 컴퓨터, 조명, 자전거, 책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다행히 인테리어와 와이파이가 제법 잘돼 있는 곳이라 생활에 큰 불편은 없었다고. 하지만 새로운 곡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한밤중에 조명 환하게 켜놓고 혼자 춤추고 노래 부르는 일은 다반사였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느라 끼니를 거른 적도 많았다. 그래도 곡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려운 철학 책을 꺼내 읽거나 다른 가수들의 창법을 따라해 보는 등 그야말로 자신에게 씌워진 클리셰를 벗어나기 위해 안달난 사람 같았다.
두 달 후 마침내 곡들을 완성한 윤도현은 그룹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가 스위스 몽트뢰로 멤버들을 불러들였던 것처럼 YB밴드를 산중으로 불러 모았다. 야심차게 곡을 들려주었더니 의외로 반응들이 미적지근해서 난감했다고. 이 대목에서 다른 멤버들의 속내는 이러했다. “솔직히 당황했다. ‘외람된 말씀’ 같은 곡의 가사는 너무 난해해서 뭘 말하고 싶은 건지 감이 잘 안 왔다.”(박태희) “’생일’같은 노래도 기존에 우리가 하던 음악과 많이 달라서 낯설었다.”(허준)
그게 2년 전 일이다. 실제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시간동안 YB의 오랜 팀워크가 큰 역할을 해냈음은 물론이다. 함께 고민하며 수십 번 아니 수백번 멜로디와 가사를 수정했고, 편곡에도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 그러는 사이 곡들은 실험성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갔고 마침내 자신 있게 10집 앨범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던 것. 그 바탕에 윤도현의 짧았던 일탈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도와 모험이 있었음은 멤버들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 지난 여름 pol’and’rock 페스티벌에서 열정적인 공연 펼쳤던 YB밴드.
무대 위 비상을 꿈꾸는 자유로운 나비 YB,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이전의 음악이 직관적인 가사와 희망의 메시지에 집중했다면 10집 앨범은 개인이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려 했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사운드는 빵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페이스를 많이 만들고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음악일 수 있도록 비움의 미학을 구현했죠. 전혀 새로운 방식의 기타 루프를 시도한 ‘딴짓거리’는 진화의 가장 선두에 선 곡입니다.”
그러나 YB의 새 앨범이 온전히 변화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음악, 초창기 팬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90년대 감성이 묻어나는 음악을 선보이는 것 또한 YB가 추구하는 자세’라고 했다. 사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나는 상수역이 좋다’란 곡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팀의 맏형인 박태희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반복되는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90년대 감수성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머지 곡들과 잘 안 어울린다는 점에서 한때 사장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가사 내용이 너무 맑고 순수한 데다 따라 부르기 쉽고 자꾸 생각나는 멜로디란 점에서 3곡(‘생일’, ‘딴짓거리’ 포함)의 타이틀곡 중 하나로 승격되었고, 앨범 출시 후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뽑혔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상수역이었을까?
“YB의 연습실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인디밴드들의 메카지요. 음악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아지트는 항상 상수역 아니면 합정역이어서 우리 모두에게 좋은 기억이 많은 동네입니다.”
게다가 가사의 특성상 부산역, 대구역, 광주역, 평양역으로 장소에 따라 다르게 부를 수 있기에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현장성 또한 갖췄다는 점에서 타이틀곡으로 제격이었다. 사람들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지하철역에 대한 공감도 큰 장점이었고. “예전과 달리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바람에 상수역 주변을 관찰할 기회가 적어서 명곡을 직접 쓰진 못했다”는 농담 섞인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윤도현에게서 곡과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났다.
“팬들이 이번 앨범에서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군요.”라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보인 그의 말은 아마 사실일 거다. 팬들은 밴드의 역사와 함께 나이 들어감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오랜 진정성과 최근 변화를 동시에 반기기 마련이니까. 좋아하는 가수와 음악은 그렇게 늘 지난 시간 속을 여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25년차 록밴드 YB의 저력도 바로 그 팬들의 성원에서 쌓이는 것이고, 위기 역시 팬들의 사랑으로 극복되는 법이다. 그런데 YB는 록밴드치고는 그동안 너무 ‘바른생활 사나이들’ 아니었나?
다소 당돌한 이 질문에 멤버들 모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겉모습만 그렇다”는 박태희의 즉답에 이어 윤도현이 말을 이어간다.
“우리도 항상 폭발을 꿈꾸지만 그 모습은 무대에서만 보여주고 싶어요. 무대에서 맘껏 노래 부르고 자유로워지려면 일상생활은 절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역시 모범답안이다. 멤버들 모두 나이도 들고 가정이 있기에 개인생활에서도 ‘지켜야 할 것과 진화시켜야 할 지점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간혹 외부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의 균형을 잃을 때가 가끔 있긴 했단다. YB가 8집 앨범 ‘공존’을 발표하던 2009년의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던 촛불시위와 용산 철거사건, 88만원 세대 등 사회 이슈와 현상을 음악으로 수용한 그 앨범이 발표된 후 순조롭던 그들 음악 인생에 위기가 찾아왔다. 윤도현은 6년 7개월 동안 진행했던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에서 하차하고야 말았고, 밴드 공연에 기업 협찬과 공연 요청까지 뚝 끊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대신 더 음악에 몰두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 날이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멤버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이번에야말로 음악에 제대로 미쳐보자 했습니다. 멤버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고, 연습량도 많아져서 오히려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시기였죠.”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던 시간 동안에도 YB와 윤도현은 꾸준히 활동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갔고, 세계 곳곳의 공연장을 누볐다. 관록 있는 록밴드가 홍대 버스킹 공연을 자처하고 나선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그동안 다녔던 전 세계 공연무대 중 어느 곳에서 가장 큰 인상을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멤버들 답변이 다 달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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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그룹의 미주 투어 오프닝 게스트로 섰을 때 관객의 99%가 백인들이어서 처음엔 좀 두려웠다. 하지만 음악으로 그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었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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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투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관객 연령층이 굉장히 다양했는데, 할아버지-아빠-아들이 함께 온 공연이었다. 그렇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문화가 기억에 남았다. 현지에 사는 한국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우리 공연을 통해 조국에 대한 자부심, 자존감을 갖게 되어 고맙다고 말하더라. 유감스럽게도 관객은 많지 않았다. / 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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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렸던 SXSW 페스티벌. 공항에 내렸을 때 대형 기타 조형물이 시선을 끌었다. 공항 관계자들도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밴드라니까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해주더라. 시내 6번가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공연들을 보면서 음악의 소나기를 맞는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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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돔시티홀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과 달리 관객들 표정이 처음엔 얼어 있었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될수록 정말 열정적으로 변해서 인상적이었다. / 스캇 할로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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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감사하게도 YB는 두 번이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TV를 통해 방송도 되었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관객들의, 작으면서도 반향이 매우 컸던 리액션들이 뇌리에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 허준
- 후배 하현우와 함께 떠났던 ‘이타카로 가는 길’과 JTBC ‘비긴 어게인’ 프로그램 중에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터키 카파도키아, 그리스 멜리사니동굴, 아일랜드 더블린, 런던 근교 세븐시스터즈 절벽
윤도현의 록 스피릿 충전법; 응시하고, 탐색하고, 여행하라.
아무튼 그렇게 현장을 떠나지 않으며 위기를 뚝심 있게 지나온 윤도현과 YB는 이제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다섯 마리 나비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윤도현은 각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SBS의 새 음악 프로그램인 ‘윤도현의 더 스테이지 빅플레저’ MC를 맡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긴 어게인 1’ 프로그램에서 영국과 스위스를 돌며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펼치기도 했던 그에게 물어볼 차례다. 한국에선 이미 스타인 그가 알아보는 이 없는 낯선 거리에서 즉석 공연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거리는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분주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공연하면 우리 말고도 버스킹을 하는 가수들이 꽤 많죠. 저 또한 스타가 아닌 한 명의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청중들과 진솔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버스킹의 매력입니다.”
얼마 전 그는 ‘국가스텐’의 리더 하현우와 떠난 ‘이타카로 가는 길’에서도 터키, 그리스 등지를 여행하며 또 다른 버스킹 공연을 선보였다. 물론 다른 동료가수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지만 그 많은 여행지 중에서 그가 특별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장소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스위스 몽트뢰에서는 숙소가 일단 환상적이었습니다. 산 중턱에 있었는데 레만 호수부터 산까지 바라보이는 마을 전경이 한폭의 풍경화 같았죠. 몽트뢰는 전통 깊은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고 프레디 머큐리가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시내에 ‘퀸’이 녹음을 진행했던 스튜디오가 있는데 일반 관광객들도 입장이 가능해서 반가웠지요. 녹음실 콘솔 안에 당시 퀸이 녹음을 진행했던 트랙이 남아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그 트랙의 소리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오래 된 스튜디오를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영국은 록커 윤도현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이자 YB밴드의 첫 해외 공연지로 추억이 많은 곳이다. 현지 록밴드와 2층 버스를 타고 힘들게 공연을 다녔지만 록의 본고장에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곳이다. 비틀즈로 시작해 롤링스톤즈, 더 후 같은 전설적인 밴드 외에도 핑크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의 걸출한 뮤지션들이 남긴 음악 관련 명소가 많아 그 족적을 따라가는 데만도 여러 날이 걸린단다. 지난번 ‘비긴어게인’ 방송 때 비틀즈가 섰던 리버풀의 캐번클럽에서 그들의 노래를 부른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브릿팝(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발생한 얼터너티브 록의 장르)의 도시 맨체스터에서는 오아시스 그룹의 ‘Don`t Look Back in Anger’와 존 레논의 ‘Imagine‘을 열창했다. 신기한 것은 영국에서 부르면 무슨 노래든 완벽한 록 음악으로 들린다는 것. 아마도 그곳의 분위기가 자유로운 록 스피릿에 익숙한 공간이어서 그런 모양이란다. 어느 방송에선가 딸과 떠난 런던 여행을 영상에 담기도 했던 그는 비틀즈가 걸었던 애비로드(Abby Road)에서 딸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맨체스터는 조금 낯설어서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한국어든 영어든 상관없이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영국인들을 바라보며 음악 자체가 하나의 언어임을 느낄 수 있었죠.”
사실 각종 버스킹 프로그램에서 그의 가창력만큼 돋보였던 것은 뛰어난 영어회화 실력. 어지간한 대화는 통역 없이도 가능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영어회화가 비싼 개인지도가 아닌, 일반 학원에서 배운 것이라는 점. 그는 앞으로 더 많은 해외 무대와 외국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위해 지금도 짬짬이 학원에 다니며 일반 수강생들과 어울려 영어를 배운다.
- Pol’and’rock 페스티벌 중 프랑크푸르트 인근 코스트르진 마을에서
WHY BE; 윤도현 그리고 YB에게 음악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자 존재의 이유
영국을 수없이 여행했다는 그에게 남들이 모르는 멋진 장소를 한곳 추천해 달랬더니 역시나 음악 관련 얘기다. “런던에 홍대 주변과 비슷한 ‘캠든타운’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 자리잡은 ‘재즈카페’는 전 세계 음악애호가들이 몰리는 럭셔리 뮤직 바 겸 공연장으로 유명하죠. 이 무대에 서는 뮤지션들 실력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 멤버가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 공연을 할 정도죠. 2층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도 있어서 공연 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에요. 단 표가 일찍 동나므로 미리 예매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윤도현의 여행은 의외로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한곳에 베이스캠프를 정해놓고 그 주변을 천천히 탐색하는 스타일이다. 뮤지컬 배우 출신 아내와 결혼한 그는 가족여행도 꽤 소박하게 하는 편. 주로 국내 여행지를 골라 직접 차를 운전하는 글램핑으로 청정 하늘에 뜬 별 보기를 즐긴다. 해외는 3~4년 전 뉴질랜드를 다녀온 게 고작이란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개인 여행지도 그렇게 번잡하지 않은 곳으로 고를 때가 많다.
그런 취향은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1집 앨범 발매 때부터 환경관련 단체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두 명의 YB멤버(윤도현, 허준)가 KBS ‘다큐세상’에 출연, 매향리에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 곡을 기부하기도 한 그들은 공연장에서 일체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팬들은 이제 텀플러를 지참, 정수기 물을 받아마시는 풍경이 일상화됐을 정도. 여러모로 참 바른생활 록밴드다.
그동안 다녀온 외국공연으로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폴란드, 러시아, 호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을 손꼽던 그들은 아직 남미나 멕시코 등을 못 가봤다며 아쉬워했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아이돌그룹 몇몇은 이미 그곳에 다녀왔는데 연차가 위인 그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 사람들은 알 것이다. 25년을 바르게, 한결같이 현장을 지켜온 YB가 있었기에 후배 가수들이 더 뻗어나갈 수 있었다는 걸. YB에 의하면 “요즘 후배들이 워낙 음악을 잘해서 외려 배울 점이 많다”고 하지만 누구든 그들의 열정을 뛰어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11월의 마지막 날과 12월의 첫 날, 그들의 콘서트장(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질 화려한 폭발이 무척 기대되는 이유다. YB의 존재 이유, Why Be를 확인하기 위해 나도야 간다!